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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화두를 던지다

게임업계 3N의 착각, 전자발찌 효과

 

안녕하십니까 돈딴지 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특이한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출처 - 전자신문, 이현수 기자, 2019년 9월 29일, http://ww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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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즈음에 나온 기사였는데, 포괄임금제 폐지에 맞추어서, 국내 빅3 게임회사 일명 3N에서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이 문제인데,

 

NXXXX는 '스피드 게이트'를 통해 5분 이상 업무와 관련 없는 흡연실, 사내 카페, 체력단련실, 사내 병원에 머물면 해당 시간을 근무시간에서 제외.

 

단, 업무 관련 회의를 했다는 사실을 소명하면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고 합니다.

 

NXX은 PC 비가동 시간(키보드 혹은 마우스가 사용되지 않은 시간)이 15분을 넘어갈 시에 근무시간을 제외하며, 이에 대한 사유를 자율 소명해야 한다고 합니다. 관계자는 업무효율과 워라밸을 기대한답니다.(?)

 

NX은 15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 업무용 컴퓨터에 '자리 비움' 버튼을 누르고 이동해야 하며, 업무와 관련된 일로 자리를 비우는 건 근무 시간으로 인정된답니다.

 

포괄임금제 폐지로 인해서 각 회사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이런 조치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것으로 효율성이 높아질까요?

 

저도 월급쟁이 이기 때문에 당연히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좀 더 설득력을 위해서 하나씩 근거를 들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 스티그마 효과를 아시나요?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심리학에서 심리적 행동의 하나로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서, 학생들에게 성적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기대하며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경우 그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의학 쪽에서 플라시보 효과도 유사한 경우입니다.

 

반대로 스티그마 효과(사회낙인, 낙인효과)는 한번 범죄자로 낙인이 찍힌 사람이 그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에 노출되어, 결국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사회심리학 용어입니다.

 

두 단어(피그말리온 효과와 스티그마 효과)의 방향성은 정 반대이지만, 요점은 하나입니다.

 

사람을 원하는 방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원하는 방향으로 피드백을 줘야 한다는 것이죠.

 

자 그럼 심리학 공부는 그만,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3N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피드백을 주고 있나요?

 

아니요 당연 부정적입니다. 최근 뉴스 기사를 봅시다.


출처 - MBC뉴스, 임상재 기자, 2019년 11월 12일, http://imnews.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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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타이틀로 한방에 설명이 됩니다.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전자발찌를 찬 듯"입니다.

 

물론, 개인차가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자리 이석을 많이 하지 않는 업무 스타일인 분들은 큰 영향이 없고, 긍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비흡연자 분들은 흡연자 분들이 자리 비우는 시간이 줄어 들어서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봐도 전체적인 피드백의 방향성은 부정적입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히 말입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한번 해보자는 기합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전자발찌 찬 죄인이 된 기분으로 잠시 화장실 가는 시간에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지식기반산업의 핵심을 모르고 있다.

 

단순히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사기저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이라는 업종은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입니다.

 

지식기반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나 자본집약형 산업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노동집약적 산업이나, 자본집약형 산업 구조에서는 노동자의 역할은 주어진 매뉴얼에 맞춰서 업무를 수행하기만 하고 일정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 마치 공장의 기계 부속품처럼 말이죠.

 

때문에, 노동자의 숙련도가 일정 수준에 다다를 경우에는 결과물의 품질 혹은 부가가치의 차이가 나타나지가 않습니다. 즉, 동일한 매뉴얼을 얼마나 성실히, 얼마나 많이 하는지에 따라서만 부가가치의 크기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지식기반산업은 다릅니다. 지식기반산업에서는 얼마나 열심히, 성실히 한다는 것이 부가가치의 크기를 결정하는 절대 변수가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의 축적된 지식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혹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내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의 부가가치가 수십~수백 배로 뛰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게임으로 치자면, 밤새워서 열심히 만들어도 흥행에 실패하면 본전도 못 건지게 됩니다.

 

반대로 놀면서 적당히 만들었는데 유행과 게이머들 취향에 잘 맞춰서 흥행 대박이 터지면, 투자한 노력에 비해 수십 배의 성과를 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흥행 대박이라는 결과물이 절대로 열심히, 오래 한다고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근면 성실함이 관계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15분 이상 이석 금지 같은, 전자발찌를 채우는 분위기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악수 중에 악수로 보입니다.

 

해외 선진 IT 기업들의 업무 문화를 주워듣다 보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며 (헬스장 러닝 머신에서 일하기도...),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회사에서 일부러 만들어 줍니다.

 

즉, 개개인의 지식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타인과 지식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문제는?

 

앞서 언급한 2개의 기사를 접했던 저로서는 문제는 바로 무지 게으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게임 산업을 순수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정의 내리고 말았습니다. (공장에서 쉬는 시간에 맞춰 종이 울리듯이?!)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업무 통제가 가능하며 그렇게 해야 했음에도, 단순히 근무시간 하나로만 개인의 성과와 업무효율을 평가하는 그 게으름이 이 사태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 결과 15분짜리 근무 시간 관리 시스템 전자발찌 효과를 내게 되었습니다.

 

더 나은 툴이나, 소스코드, 더 나은 개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타 부서 게임 개발자들과 교류하면서 지식을 증폭시키고 창출하는 기회 스스로 전자팔찌를 차서 없애 버렸습니다.

 

최근에 국내 신작 게임이 대박을 쳤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